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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향

Photographer, Writer


아이슬란드에서 지낼 때 블리자드에 며칠 고립된 적이 있습니다.
눈보라는 세상을 하얗게 지우고,
기어이 나와 모든 것의 이름마저 앗아갔습니다.

무명의 세계. 그렇게 아무도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동안,
나는 더듬더듬 세계를 이룬 것들의 이름을
부르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시인이 될 순 없어도, 이름만은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 쪽으로만 흐르는 시공간 속에 돌멩이를 던져 놓고,
잠시라도 좋으니
순순히 따라 흐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나는 돌멩이를 잔뜩 들고서 세계를 들여다봅니다.